볼트, 너트, 축, 링크, 기어, 캠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기계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부품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계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를 기계요소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기계요소와 짝(대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는 “짝”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대우"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대우(對偶)는 둘이 서로 짝을 이룬다는 의미의 한자어입니다.
기계요소(machine element)
기계요소는 기능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체결 요소, 축 요소, 동력 전달 요소가 있습니다.
1. 체결 요소
수나사(볼트) 또는 암나사(너트)와 같이 어떤 부재를 고정, 정지, 체결하는 데 사용하는 기계요소입니다.
2. 축 요소
축의 회전에 의해 힘과 운동을 전달하는 기계요소입니다. 원형 축이나 스플라인 축 등이 있습니다.
스플라인 축은 원통의 외주면을 따라 동일한 간격으로 홈을 만든 축으로 스플라인 구멍과의 틈새에 따라 축방향으로 미끄러지는 운동도 가능합니다.
3. 동력 전달 요소
축으로부터 전달받은 힘과 운동을 전달하는 기계요소입니다. 링크, 기어, 캠, 스프라켓, 풀리 등이 있습니다. 모터와 같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동기(열기관, 수력 기관, 전동기..)에 의해 축이 회전을 하면 힘과 운동이 전달됩니다. 따라서 축에 연결된 링크, 기어, 캠과 같은 동력 전달 요소는 축으로부터 받은 힘과 운동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캠은 특수한 윤곽이나 홈이 있는 기계요소를 말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기어나 링크 등에서 얻기 어려운 왕복운동, 간헐운동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베어링 요소, 유체 요소, 검출 요소, 액추에이터, 완충 및 복귀 요소 등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기구학 책을 참고하세요.
두 기계요소의 접촉상태
기계요소는 최소 단위 부품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힘과 운동을 전달하는 고유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볼트(수나사)는 너트(암나사)가 필요하고, 축은 구멍이 필요하고, 기어는 맞물리는 또 다른 기어가 필요하고 스프라켓은 체인이 필요하고 풀리는 벨트가 필요합니다. 기계요소는 만나는 상대가 있어야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난 두 기계요소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을 하게 됩니다.
1. 점 접촉
평면 위에 볼이 놓여있는 경우 두 요소는 한 점에서 점 접촉을 합니다.
2. 선 접촉
평면 위에 원통이 놓여있는 경우 두 요소는 직선 모양으로 선 접촉을 합니다.
3. 면 접촉
평면 위에 육면체가 놓여있는 경우 두 요소는 사각형 모양으로 면 접촉을 합니다.
4. 나사면 접촉
수나사와 암나사가 체결되어 있는 경우 두 요소는 나사면을 따라 나사면 접촉을 합니다.
5. 구면 접촉
초록색 구 모양의 껍데기 안에 빨간색 구 모양의 알이 들어있는 경우 껍데기와 알은 3차원 공간상에서 구면을 따라 구면 접촉을 합니다.
두 기계요소의 상대운동
두 기계요소가 만나고 접촉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운동이란 두 기계요소가 접촉을 한 상태에서 한 기계요소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다른 기계요소의 운동을 말합니다. 상대운동을 한다는 것은 한 기계요소를 고정한 상태로 다른 기계요소가 상대적으로 미끄럼운동, 회전운동, 나사선운동, 구면운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린더를 기준으로(고정한 상태로) 피스톤은 상대적으로 미끄러지는 운동(예를 들면 직선운동)을 합니다. 반대로 피스톤을 고정한 상태로 실린더는 직선운동을 합니다. 미끄럼운동은 직선으로 미끄러지는 운동과 곡선으로 미끄러지는 운동을 모두 포함하는 운동입니다.
한쪽 링크를 고정한 상태로 다른 링크가 상대적으로 회전운동을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나사를 기준으로 암나사가 상대적으로 나사선 운동을 하고, 소켓을 기준으로 볼이 상대적으로 구면 운동을 합니다. 미끄럼운동, 회전운동, 나사선운동, 구면운동은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짝과 짝요소
앞에서 기계요소는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접촉하는 상대가 있다고 했습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지요. 기계요소에도 짝이 있습니다. 기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짝과 짝요소는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짝이란 서로 접촉하면서 상대 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접촉하면서 상대운동을 하는 한 쌍의 링크, 한 쌍의 기어 등이 있습니다. 서로 접촉한다는 것은 점, 선, 면, 나사면, 구면 접촉을 한다는 것이고, 상대운동을 한다는 것은 두 물체에서 한 물체를 기준으로(고정) 했을 때 다른 물체가 상대적으로 미끄럼운동, 회전운동, 나사선운동, 구면운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짝요소란 짝을 이루는 기계요소의 각 부분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한 쌍의 링크가 짝을 이루면 각각의 링크는 짝요소가 됩니다. 비유하자면 남녀 한 쌍이 짝이라면, 남자와 여자는 각각 짝요소가 됩니다.
한 쌍의 링크 외에도 짝을 이루는(서로 접촉하면서 상대 운동을 하는) 기계요소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다양합니다.
실린더와 끼운 피스톤은 짝이 되고 실린더와 피스톤은 각각 짝요소가 됩니다.
베어링과 끼운 축은 짝이 되고 베어링과 축은 각각 짝요소가 됩니다.
맞물린 두 기어는 짝이 되고 각각의 기어는 짝요소가 됩니다.
체결한 볼트와 너트는 짝이 되고 볼트와 너트는 각각 짝요소가 됩니다.
짝의 종류
짝을 이해하려면 어떤 접촉 상태에서 어떻게 상대운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기계요소의 접촉 상태와 상대 운동에 따라 짝은 높은짝과 낮은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높은짝
높은 짝은 가벼운 접촉을 하면서 상대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를 말합니다. 평평한 블록 위에 구를 올려놓으면 점으로 접촉하고 원통을 올려놓으면 선으로 접촉합니다.
높은짝에는 점짝과 선짝이 있습니다. 점이나 선과 같이 가벼운 접촉을 하면 접촉 면적이 줄어들고 마찰력(운동을 방해하는 힘)이 작아지기 때문에 고속이나 복잡한 운동 전달 기구에 적합합니다. 반대로 접촉 면적이 작기 때문에 마찰 부분이 닳아서 없어지는 마모가 심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날카롭거나 뾰족한 부분일수록 마모가 심하잖아요.
1-1. 점짝
점짝은 점 접촉을 하면서 상대운동을 하는 한쌍의 기계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볼 베어링에서 볼과 궤도륜(외륜과 내륜)은 점짝입니다.
1-2. 선짝
선짝은 선 접촉을 하면서 상대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캠과 종동자(follower), 한 쌍의 맞물린 기어는 선짝입니다.
한 쌍의 맞물린 기어의 경우 두 기어의 피치원이 만나는 치형의 특정한 부분에서 이론적으로 선 접촉을 하지만 실제로 사용 시에는 선 접촉뿐만 아니라 치형의 다른 부분이나 마모가 생긴 곳에서 면 접촉도 합니다.
2. 낮은짝
낮은짝은 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입니다. 평평한 블록 위에 육면체를 올려놓으면 면접촉을 합니다.
면 접촉은 평면, 원통면, 나사면, 구면으로 접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동력 전달 기구에 많이 사용하는 짝입니다. 낮은짝에는 다음과 같이 미끄럼짝, 회전짝, 나사짝, 구면짝이 있습니다.
2-1. 미끄럼짝
미끄럼짝은 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미끄럼운동(직선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책상과 서랍, 버니어 캘리퍼스, 가이드와 슬라이더, 실린더와 피스톤은 낮은짝 중에서 미끄럼짝입니다.
서랍은 끼웠다 빼었다 하는 뚜껑이 없는 상자입니다. 책상과 서랍은 평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미끄럼운동(직선운동)을 합니다.
버니어 캘리퍼스는 길이를 측정하는 공구로 노기스라고도 합니다. 어미자와 아들자가 평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미끄럼운동(직선운동)을 합니다.
직선운동을 안내하는 가이드와 미끄러지는 슬라이더는 평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미끄럼운동을 합니다.
피스톤과 실린터는 원통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미끄럼운동을 합니다.
2-2. 회전짝
회전짝은 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입니다. 면 접촉은 평면, 원통면, 나사면, 구면으로 접촉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쌍의 연결된 링크, 축에 끼워진 베어링은 회전짝입니다. 평면 접촉을 하면서 회전운동을 할 수 있고 원통면 접촉을 하면서 회전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 쌍의 연결된 링크는 평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회전운동을 합니다.
축과 베어링은 원통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회전운동을 합니다.
참고로 베어링 중에도 접촉하는 구조에 따라 점 접촉을 하는 볼 베어링, 선 접촉을 하는 롤러 베어링, 면 접촉(원통면 접촉)을 하는 미끄럼 베어링이 있습니다.
2-3. 나사짝
나사짝은 나사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나사선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볼트와 너트는 나사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나사선운동을 하는 나사짝입니다.
다음 이미지와 같이 원통을 직각 삼각형 종이로 감으면 빨간색으로 표시한 빗변이 원통면에 나선을 그리게 됩니다. 나선을 따라 파낸 면이 나선면입니다.
너트를 풀거나 조일 때 너트가 회전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축방향으로 직선운동을 하는 것처럼 나사선운동은 3차원 공간상의 운동입니다. 따라서 나사짝은 미끄럼짝과 회전짝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사짝(나사면접촉 & 나사선운동) = 미끄럼짝(면접촉 & 미끄럼운동) + 회전짝(면접촉 & 회전운동)
2-4. 구면짝
구면짝은 구면 접촉하면서 상대적으로 구면운동을 하는 한 쌍의 기계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볼 조인트(볼과 소켓), 조이스틱 등에서 구면짝을 볼 수 있습니다. 볼 조인트에서 “볼"과 볼을 감싸는 “소켓”은 구면 접촉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구면운동을 합니다.
컴퓨터나 콘솔 게임할 때 사용하는 조이스틱의 경우 양쪽 손잡이 아래쪽 볼 부분이 본체 안에서 구면 접촉을 하면서 구면운동을 합니다.
지금까지 기계요소, 접촉 상태, 상대운동, 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기계요소를 알고 이들이 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접촉 상태에서 어떻게 상대운동을 하는지 알면 기계의 운동전달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볼트와 너트 외에 기계요소부품으로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어떻게 짝을 이루고 있는지 관찰해 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퀴즈) 다음과 같은 전구와 소켓은 어떤 짝을 이루고 있을까요? 댓글로 남겨주세요